손님에서 밥친구로 31



약 2년전의 이야기이다.

자주 보던 매니저는 아니었으나, 이야기가 잘 통하고 좋아하는 것이 제법 많이 비슷해서

코스 1시간중에 30분넘게 이야기만 하곤 그랬었다. A 라고 지칭하겠다.

그러다보니 초반에는 자기 립슈얼 할꺼라고 집중 해보라고 쿠사리도 먹긴 했었지만...

몇번 보다보니, 어느새 A도 립슈얼 도중에 말을 주고받는 경지까지 오게 됐었다.

물론, 지금도 이야기가 잘 맞는 매니저는 기본 20분... 많게는 40분 가량 할 때도 있는데

아무튼, 주로 4시 이전에만 보다가 하루는 6시에 예약을 해서 보러갔다.

저녁도 안먹고 갔기 때문에 받는도중 내 배의 꾸르륵 소리를 듣고, 나보고 밥 아직 안먹었냐고 물어봤다.

아직 안먹었고, 혼자서 뭐 먹을지 생각하고있다고 답했다.

그랬더니 자기 7시에 퇴근인데, 감자탕 좋아하냐고 물어보는거였다.

감자탕...? 점점 쌀쌀해지는 날씨라 좋은 선택이다. 

근데 너 집에가서 먹는거 아니었어? 

감자탕은 혼자서 먹기 힘들어서 좋아하지만 잘 못먹었었다고 한다.

그렇게 마무리 후에 나보고 근처에 있는 감자탕집에 가서 中 사이즈랑 테라 1병, 그리고 오빠는 알쓰니까 

환타나 콜라 1병 시켜서 세팅을 해놓으란다.

이런 당돌한 애를 봤나? ㅎㅎㅎ 

근데 내 몸은 어느새 감자탕 집에 도착해 주문을 마치고 A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.

잠시 뒤, 감자탕 집에서 본 A의 모습은 가게에서 보던 모습과 사뭇 달랐다.

여느 지나가는 이쁜 여자애같은 이미지와 수수한 옷차림은 신경쓰지 않고 지나가면 못 알아 봤을 것이다.

아무튼 그 좋아하는 감자탕을 둘이서 순삭하면서 여러 이야기를 했는데

알고보니 우리 집 바로 맞은편에 살고있었다는...  등잔 밑이 어두운 세상이다.

그 후로도 3번정도... 밥시간에 방문하면 끝나고 뭐 먹을지 생각하고 있으라는 지시(?)를 받으며 

나의 동네 밥친구가 되어줬던 A는 어느순간 자취를 감췄다...

전화번호도 몰랐고, 가게에 차마 물어보기가 그래서 한동안 말 없이 다른 매니저를 보곤 했다.

그렇게 몇 달 뒤, 어느날...

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실장님에게 돈을 내고 안내받기전에 간단한 이야기를 하는데 A 이야기를 

꺼내는 거였다. 궁금해서 물어보니 지역 이동을 했다고...

요즘도 집 근처 감자탕 집을 지나칠 때면 그녀와 함께 밥을 먹었던 옛 기억이 새록새록 돋는다.